결국.

어느샌가 난 정신차려 있었다.

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 하나란 걸 힘들게 알아차렸고

내가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도 알았다.

다정했었나..그사람이.

내 사랑을 그저 웃으면서 받아주었었다.

안쓰러워보였을까...

그저 미안해서 날 받아줬었나..

친구가 말했다. 자기가 보기엔 난 할만큼 했다고..

그저. 대가를 바라지 않고. 나는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을 다 해주었다.

앞뒤 가리지 않고.

몸살기가 있다고 차타고 죽사주고. 생일이라 어울리는 옷도 고르러 며칠씩.

잠깐 생각하고 하고 싶다던 것도 해주면서.

힘들다거나. 뭘 바라거나 한적은 없었다.

단지 웃어주기만. 그렇게.

그것만.

그래도 강의실에 내 뒤에서 그 남자를 데려와 옆에 앉혀 웃는건 아니었다.

물론 조금 머뭇거리면서 아는 오빠라고 설명해줬지만 뭔가 굉장히..불쾌하고..꺼림칙 했다.

멋진 사람이긴 했지만.

그래.

결국 친한 누나가 내게 그 사람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..

힘내라는 말을 들었다.

뭐지.

멍했다.

이렇게 되면 울기라도 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그럴줄 알았는데

의외로 난 침착했다.

어쩌면 너무 놀라 가슴이 멎어버린건지도 모르겠다.

그리고 친한 누나는 내게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..

계속 잘해주고 신경써주라는 말을 들었다.

나 그정도로 좋은 사람일까..

같은 학과. 같은 학번.

앞으로 4년을 그녀와 함께 보내야 한다.

물론 그녀가 그 남자와 계속 사랑을 할지는. 모르겠다.

아마 확실한 성격의 그녀라면 어정쩡한 남자를 고르지는 않았을것이다.

잘해주겠지. 그렇게 보였다.

고양이는 쓰다듬을 순 있어도 품을 순 없었나....

생각하는 시간이 두려웠다. 지금도 두렵고..

공연 포스터를 그려야 해서 어쩔수 없이 생각할 시간이 내가 감당하기도

힘들정도로 주어졌다..

머리가 그녀로. 그 남자로. 나로. 가득 차버렸다.

지갑속에 같이 찍었던 사진도 태워 날려버렸지만 생각은 태울수 없는 것이라..

그녀가 다시 그 남자와 헤어지기를 기다리란 말도 있었지만.

그녀는 그 남자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내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고. 그저..

자길 좋아해주는 귀여운 동생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건 내 자신이 더 잘 안다..

하하;...

내 맘을 그래도 계속 보듬어 주었던걸 잔인하다고 원망해야 할까 감사해야 할까.

그 남자가 그녀를 불러세울때 손목을 잡았던게 생각난다.

굉장히.

불안했다.

...

내 미니 홈피를 보니 6월 28일 꿈에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가버리는 꿈을 꾸었다고

일기를 써놨었다. 그땐 꿈이라 다행이라 가슴을 쓸어내렸지만

지금은..

쓸어내릴 가슴이 남아있는거 같지도 않다..


그녀 하나를 내 맘에 담으려고.

너무나 많은걸 내 안에서 끄집어낸뒤에 그녈 겨우겨우 넣었는데.

그렇게 날 따뜻하게 해주던 그녈 넣었는데.

어느날 사라져버렸다.

그래서 내 안엔 지금 아무것도 없다.

허전해..

잠시 생각할 여유조차 없도록 바쁘게 살아야겠다.

낼 힘도..기운도 없으니까..

그녀 생각조차 못하게 바쁘게 살고

그녀를 볼 수도 없게 내 발밑만 보고 다니고

너무나 많은 기억속에 이 순간이 잊혀져버리도록 다른 추억들을 만들어야 겠다.

그게 내가 생각해낼수 있는 유일한 견디는 방법이니까..

아프다.

그 남자와 행복하게 웃는.

내겐 지어주지 않는 미소를 지어줄 그녈

잘 보일 목소리를 가다듬고 옷차림을 신경쓸 그녈 생각하면

가슴이 아프다. 그저.

실컷 아파하다 보면 언젠가 이 통증에 적응될 때가 오겠지.....

지금은 

그녀 이름 세글자에도 힘든 내가

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. 

by Kiba | 2007/09/02 12:24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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